화식 사료가 뭐지? - 4 (단점)
1 편을 아직 안 읽으신 분은 아래 링크를 참조 해 주세요.
2, 3 편에서는 화식의 장점을 중점적으로 다뤘었는데요, 4 편에서는 화식이 가지는 몇 가지 중요한 단점들에 대해 알아보려고 해요.
화식의 단점 1 - 비싼 가격
첫번째로 언급할 화식의 단점은 바로 높은 비용이에요.
많은 보호자분들이 체감 하시듯이 화식은 일반 사료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싼 편입니다.
실제로 2022년 미국에서 실시된 연구에 따르면, 가정에서 직접 만든 화식이 건사료보다 약 2배 가량 비쌌어요 (12).
반면에 캔사료랑 비교 했을 때는 가정식이 50% 정도 저렴했답니다.
이는 브라질의 연구 결과와도 일치하는데, 여기서도 건사료와 비교했을 때, 가정식 화식은 4배 비쌌고, 캔사료는 무려 16배가 비쌌어요 (13).
즉, 가정식 화식은 건사료보다는 비싸지만, 캔사료보다는 저렴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그리고 비공식적인 자료이긴 하지만, 제가 직접 조사한 미국 사료 가격 조사에 따르면, 상업용 화식이 캔사료보다 약 1.6배, 그리고 일반 건사료보다 약 8배 더 비싼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데이터를 종합해 보면, 사료 가격은 다음과 같은 양상을 보입니다.
상업용 화식이 가장 비싸고, 캔사료, 가정에서 조리한 화식, 그리고 건사료 순으로 싸져요.
화식의 단점 2 - 번거로운 급여
화식의 두 번째 단점으로는 준비 및 급여의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특히 집에서 직접 만드는 화식이 상업용 화식보다 이 문제가 더 크게 두드러지죠.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가정식 화식을 제공하는 보호자들 중 약 2/3가 집밥 준비의 번거로움을 가장 큰 불편 요소로 꼽았습니다 (1).
일반 사료와 달리, 가정식 화식은 재료를 선정하고 구매한 뒤, 조리하고 보관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바쁜 현대인의 일상 속에서 매 끼니마다 화식을 준비하는 것은 일종의 노동으로 느껴질 수 있어요.
실제로 상담했던 보호자들이랑 얘기 해보면 이 때문에 가정식을 먹이다가 상업용 사료로 다시 전환한 경우도 적지 않답니다.
화식의 단점 3 - 식중독 가능성
화식은 생식보다는 안전한 편이지만, 여전히 일반 사료에 비해 식중독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특히 집에서 조리하는 가정식 화식일 경우 더욱 주의해야 하는데요.
요리 과정에서 식재료를 완전히 익히지 않는 경우, 그리고 잘못된 보관 및 해동으로 인해 유해균이 증식할 수 있습니다.
또한 화식을 급여 후 남은 음식 혹은 그릇을 깨끗히 치우지 않고 방치했을 때에도 식중독균들이 번식할 가능성이 높죠.
이러한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 반드시 아래 세 가지를 지켜주세요.
- 유해균 사멸을 위해 음식은 반드시 충분히 가열 해 주셔야 합니다.
- 조리된 음식은 반드시 바로 냉장, 또는 냉동 보관하시고, 해동은 냉장고에서 천천히 해 주세요.
- 유해균 증식 방지를 위해, 먹다 남은 음식과 식사 후의 그릇은 1시간 이내로 치우고 세정 해 주세요.
화식의 단점 4 - 영양학적 불균형
우리가 집에서 직접 반려동물을 위해 조리하여 먹이는 경우,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바로 영양학적 불균형입니다.
실제로 인터넷과 책 등에서 구할 수 있는 200여개의 강아지용 가정식 화식 레시피를 조사한 결과, 95%의 레시피가 영양학적으로 균형이 맞지 않았어요 (14).
또한 고양이 레시피 94개의 경우 전부 영양학적 불균형이 발견되었습니다 (15).
이 중에서 흔하게 관찰되는 영양소 부족으로는 칼슘 부족, 티아민 부족, 타우린 부족, 전해질 불균형 등이 있었어요.
이러한 불균형한 식단은 짧게 먹였을 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장기간에 걸쳐 급여할 경우 다양한 건강 이상을 일으킬 수 있어요.
특히 성장기에 있는 댕냥이들에게는 더욱 주의가 필요합니다. 칼슘이 부족한 음식을 급여할 경우, 부갑상샘항진증이 생겨 뼈가 잘 부러지고, 성장이 더뎌지는 등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요.
이 부분은 아주 아주 중요하기 때문에 한 번 더 강조할게요.
강아지와 고양이의 선조인, 늑대와 고대 고양이를 생각해보세요. 이들은 사냥한 먹잇감을 먹을 때 통채로 섭취합니다. 이 과정에서 칼슘의 주 원천인 뼈도 같이 먹게 되지요.
하지만 대부분의 보호자들이 가정식을 만들어 먹일 경우에 살코기 부분, 예를 들어 닭가슴살만 먹이게 되는데 이러면 칼슘 섭취는 불충분할 수 밖에 없어요.
오해하실까봐 첨언하면, 그렇다고 집에서 임의로 칼슘 보조제를 추가해서 먹이라는 말은 아니에요.
균형잡힌 식사를 위해서는 칼슘의 함량 뿐 아니라 인의 함량, 그리고 칼슘:인 비율도 중요해요.
임의로 칼슘을 추가하는 것은 고칼슘혈증을 일으킬 수 있어서 매우 위험하답니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집밥을 만들어 먹일 경우에 영양학적 균형을 맞추기 위해, 수의 영양학 전문의와의 상담이 강력하게 권장됩니다.
다만 아쉽게도 한국에서는 이러한 상담이 가능한 전문가가 아직 없죠.
그렇다면 영양학적으로 균형잡힌 상업용 화식을 구매해서 급여하는건 어떨까요?
그런데 작년 (2023년) 에 한국에서 출간된 논문 내용이 충격적입니다.
한국에서 상업적으로 판매되고 있는 총 9개의 화식 브랜드 중, 영양학적으로 균형이 잡힌 제품이 단 하나도 없었던 것이죠 (16).
89%의 사료가 셀레늄이 부족 했으며, 72%의 사료가 EPA/DHA 함량이 기준 미달이었고, 54%의 사료가 칼슘:인 비율이 적절하지 않았습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영양학 전문의와 상담을 할 수 없는 현재 한국의 상황에서 가정식은 추천하지 않아요.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영양학적으로 불균형할 가능성이 매우 높답니다.
그렇다고 해서 상업용 화식 구매를 권장하기에도, 최신 논문 결과를 생각하면 꺼려지는게 사실이에요.
한국에도 AAFCO에 준하는 가이드라인이 생기고, 전반적인 펫푸드 수준이 올라갈 때 화식을 더 안심하고 구매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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